
1903년에 태어난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는 허무주의자이자 무정부주의자로서 권력에 저항하는 삶을 살았다.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호적 없이 자랐고, 아홉 살 때 식민지 조선에 살던 할머니에게 맡겨져 노예와도 같은 학대를 당했다. 열세 살에는 자살을 결심했다가 끝내 마음을 접었다. 이후 도쿄로 건너가 학업을 이어가던 후미코는, 조선 독립운동에 참여한 뒤 일본으로 건너온 허무주의자 박열을 만났다. 두 사람은 함께 “불령사(不逞社)”라는 단체를 결성해 일본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를 비판했다. 관동대지진 이후의 혼란 속에서 두 사람은 체포되었다. 당국은 조선인 학살을 정당화할 구실로 그들을 황태자 암살 폭탄 음모의 주모자로 몰아갔다.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은 천황 또는 황실에 위해를 가할 의도를 처벌하는 ‘대역죄’로 기소되어 일본 국가와 맞서며 사상 투쟁을 벌였다. 두 사람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 후미코는 천황이 하사한 감형 통지서를 찢어버렸다. 여자교도소에 수감된 후미코는 사상 전향서에 서명하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끝내 거부했다. 1926년 7월 23일, 그녀는 독방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향년 23세였다. 이 작품은 그동안 거의 기록되지 않았던 사형 선고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중심으로 가네코 후미코 최후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